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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유는 자연이 제공하는 햇볕음료다 - 윤성식
식품생명공학연구실 2016-02-24 오전 11:39:35 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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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음력 설 명절을 맞았다. 동장군은 아직 기승을 부리고 있었지만 병신년 새해가 시작되었으니 행복과 건강을 기원한다는 정감어린 신년 인사들이 주변으로부터 날아들었다. 설날은 24절기상 입춘(立春)과 가깝다. 아침에 산책을 나왔더니 졸졸 흐르는 시냇가 버들강아지 가지에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건양다경(建陽多慶). 춥고 긴 겨울을 보내고 따스한 햇볕이 찾아오니 경사가 아니던가.

이 햇볕에는 에너지가 들어 있으니 무한한 생명력이 내재되어 있다. 사실 햇볕이 녹색식물을 비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엇을 먹고 살 수 있을까? 무한 에너지를 끊임없이 쏟아내는 태양에서 달려오는 그 빛이 차가운 지구에 닿으면서 복사열로 인해 지구는 덥혀진다. 햇볕은 오로지 광합성을 하는 녹색식물에게만 유용할까? 아니다. 햇볕은 우리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산소 같은 물질이니, 음식 외에도 햇볕만 잘 이용하면 건강을 지킬 수 있음을 명심하자.

인류가 섭취해온 식품들 중에는 햇볕과 같은 식품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우유로 대표되는 동물의 젖(乳)이다.

우유는 햇볕이 쏟아지는 초원에서 따스한 에너지를 품고 자란 풀과 곡식을 먹은 포유동물이 생산하는 영양덩어리이다. 동물이 자신의 몸을 순환하는 붉은 피를 맑게 거르고 추가로 유용한 성분들을 이상적으로 섞어서 새끼에게 보내는 사랑의 백색 결정체다. 우유를 마시고 햇볕만 적당히 쬐면 튼튼한 뼈와 살이 만들어 지니, 우유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햇볕음료'다. 일단 햇볕이 우리의 건강에 미치는 기능들을 우유의 그것과 비교하면서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로 햇볕은 인체 내 세로토닌(serotonin) 농도를 높여주는 기능이 있다. 세로토닌은 즐거움을 주는 일명 '행복호르몬'으로 불린다. 건물 내 웅크리고 있다가 햇볕을 쬐면 더 많은 에너지가 생기고 행복감이 드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그러므로 햇볕은 우울증을 감소시킨다. 야외에서 하는 운동은 실내보다도 더 많은 엔돌핀(endorphin)을 생성하니 더욱 좋다.

둘째, 햇볕은 심장병을 줄여주는 기능이 있다. 영국에서는 여름철보다 겨울철에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원인이 낮은 비타민D 농도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는 거주지의 일조량이 건강에 중요하다. 게다가 겨울철에는 콜레스테롤 함량이 증가하고, 비타민D가 부족한 사람들의 20%가 치매에 걸린다는 통계가 있다. 평균보다 적은 햇볕을 받은 스코틀랜드 지역, 북서부 지역, 웨일즈 지역 등은 치아 우식증이 빈발하였다. 햇볕에 노출은 그 만큼 중요하다.

셋째, 햇볕은 당뇨병을 예방한다. 학자들은 비타민D는 당뇨병의 발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충고한다. 핀란드에서 수행된 연구에서 수년간 비타민D 제재를 먹은 어린이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 제1형 당뇨병이 80% 감소되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비타민D 결핍은 제2형 당뇨병과 직접 관련된다는 주장이 있다. 계절성 우울증(SAD: seasonal affective disorder)은 특히 겨울철에 발생하는 정서장애로서 전형적으로 햇볕 결핍으로 생기는 우울증이다. 가을 또는 겨울철에는 약 한시간정도 야외에서 걷고, 여름철에는 15분 정도 일광욕을 하자.

넷째, 햇볕은 인체의 생식기능을 올려준다. 그 이유는 햇볕이 인체의 생식기능을 억제하는 멜라토닌(melatonin)이라 불리는 호르몬 농도를 낮춰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겨울철 보다 여름철에 더 잘 임신이 된다. 그 외 햇볕은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농도를 높여주며, 남녀 모두에게 있어서 생식가능기간을 늘려준다. 또한, 여성의 폐경을 늦추고 생리불순을 퇴치하는데 도움 주며, 심지어 임신한 여성에게 흔한 다낭성 난소질환(polycystic ovary disease)의 발생을 줄 일 수 있다고 한다.

다섯째, 햇볕은 체중을 감소시킨다. 현대인들이 열광하는 다이어트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햇볕으로 인하여 체내에 세로토닌 농도가 높아지면 기분이 좋아지지만 이 호르몬은 식욕을 억제하는 또 다른 기능도 있다. 날씨가 더우면 음식을 적게 먹게 되는 것도 이 호르몬 때문이다.

여섯째, 햇볕은 건선, 여드름, 습진과 같은 피부병 치료에 도움을 준다. 실제로 가벼운 피부병 환자들에게 햇볕을 쬐어주면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햇볕은 면역활성을 자극한다. 인체가 햇볕에 노출되면 백혈구 생산을 촉진하여 면역기능을 끌어 올림으로써 감염증에 대항하도록 한다.

일곱째, 햇볕은 크론병(Crohn's disease)을 완화시킨다. 아시다시피 크론병은 고질적인 염증성 장질환이다. 인체 내 낮은 비타민D 농도가 이 질환과 관련이 있음이 밝혀졌다. 비타민D가 들어 있는 식품들(육류, 계란, 전곡, 우유, 연어 등)이 있긴 하지만 그 농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환자들은 만성적 장염증 상태이므로 이들 식품을 섭취한다 해도 비타민 흡수는 더욱 어렵다. 햇볕에 노출하여 체내에서 비타민D가 합성되도록 해야 한다. 비타민D는 전체 필요양의 95% 이상을 피부에서 햇볕을 받아 합성되기 때문이다.

여덟째, 햇볕은 다발성경화증(multiple sclerosis)에 도움을 준다. 다발성경화증이란 뇌, 척수, 그리고 시신경을 포함하는 중추신경계에 발생하는 만성 신경면역계질환이다. 심하면 경련이나 마비가 올 수 있다. 발병 원인은 아직 잘 모르지만 의학계에서는 가급적 아동기에 햇볕에 많이 노출하면 성인이 된 후 이 질환의 발생을 극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햇볕에 신체를 노출하는 것이 결코 우리에게 위험한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의 피부는 따가운 햇볕에 노출되면 불그스름하게 변하기 시작하지만 비타민D를 합성하기 위해서는 이 시간의 절반 노출로 충분하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아침 10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 10-15분 노출하면 피부암 걱정이 없다. 피부암에 관한 한 흑인이나 아시아인들은 이보다 6배 이상 긴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우유나 유제품을 섭취하여 얻을 수 있는 건강증진효과를 보면 고혈압 예방, 비만억제, 항암효과, 관절염이나 골다공증 예방, 면역력 증가, 우울증 및 충치 예방, 여성 생리전증후군 예방, 치매 예방, 피부건강 등이다. 햇볕이 주는 건강효과와 우유의 건강증진 효과가 대부분 중복되니 우연의 일치라고 넘기기 어려울 정도로 놀랍다.

초원에 쏟아지는 햇볕, 칼슘과 단백질의 보고인 햇볕음료(우유), 그리고 햇볕으로 합성되는 비타민D는 그야말로 완전한 궁합이요 삼위일체(三位一體)가 아닌가. 이제 봄이다. 기지개를 활짝 펴고 햇볕음료인 우유를 마시면서 새해를 건강하고 활기차게 시작해 보자.

윤성식 연세대학교 교수 (식품미생물학 박사)

출처 : 아시아경제(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6021915292615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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