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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 국가별 우유쿼터제 폐지를 보는 우리의 자세 - 윤성식
식품생명공학연구실 2015-08-07 오전 10:45:50 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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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세계 유제품 시장이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지구촌에서 최대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신흥 시장의 부상과 더불어 이제는 세계시장을 겨냥하지 않으면 기업이나 국가의 장래를 기약하기 어려운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듣기만 해도 골치가 아픈 GATT, WTO/DDA, UR라운드, FTA, TPP 등 세계의 교역 변화는 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진화하는 중이다.
유럽연합(EU)은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총 28개국을 거느린 유럽공동체로서, 1993년 창립되었다. 면적이 좁은 유럽대륙에 터를 잡은 많은 국가들이 침략과 경쟁을 지양하고 마치 형제 국가처럼 서로 손을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유럽을 단일시장으로 만들고, 단일통화를 실현하여 유럽의 경제·사회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절박함 때문이다.
우선 그들의 낙농산업을 살펴보자. 세계 우유생산량 6억2천여 톤 중에서 EU는 21%, 미국은 14%, 오세아니아는 5%를 각각 점유한다. 아시아(한,중,일)는 모두 합쳐봐야 7%에 불과하다. 점유율로 보면 EU에서 생산되는 원유량이 지역별로 가장 많다.
그런데 28개 거대한 낙농생산기지를 소유하였다 해도 과언이 아닌 EU가 금년 낙농정책의 기존 패러다임을 포기하였으니 호기심을 넘어서 긴장감이 생긴다.
폐지한 것은 바로 우유생산의 국가별 쿼터제다. 기존 EU체제는 국가별로 배정된 원유쿼터량 다시 자국 낙농가에게 배정하는 방식으로 운용되었다. 서로 국경을 넘는 쿼터량 거래는 금지하였고, 쿼터량을 초과하면 과징금을 해당 농가로부터 징수하여 EU 본부에 납부했다. 아시다시피 우유처럼 공급량을 수요량에 맞추기 어려운 농산물의 수급조절 방식으로서 쿼터제만큼 단기적 효과를 내는 정책은 드물 것이다. 그들은 경쟁을 피하고 우유의 과잉생산을 막기 위해서 이 제도를 채택하였으나, 이제는 자신이 팔 수 있는 만큼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거다.
지구상에서 선진국은 뒷걸음질치고 있는 우유소비량이 개도국을 중심으로 크게 신장하고 있으나 낙농업에 적합한 토지가 부족하니 우유는 돈벌이가 되는 ‘백색 황금(white gold)’이다.
이 조치 이후 가파른 생산량 증가가 기대되는 아일랜드공화국, 네덜란드, 독일을 비롯하여 회원국들은 각자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저울질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장기적으로 원유가 하락을 가져 올 것으로 걱정하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기회일 수도 있다는 의견들로 설왕설래다. 분명한 점은 이러한 국가별 쿼터제 폐지는 세계적 낙농 추세인 영세 낙농업의 폐업을 앞당기는 추진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면 기존 쿼터제가 가지고 있는 단점은 무엇일까? 실제로 쿼터제는 국제 유제품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다. 즉 국제시장에서 우유가 부족할 때 생산을 탄력적으로 늘릴 수 없다는 제약이 있다.
아시아 등 신흥 유제품시장의 출현에 따른 수요의 증가에 대응하여 유제품의 대외 수출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등 일부 국가들은 자국의 우유쿼터량을 늘려 달라고 졸랐다. 결국 EU는 쿼터제를 슬금슬금 풀기 시작했고 2000년부터 1.5%만큼 증량을 허용하였다. 요즘처럼 상품 교역의 무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WTO 체제하에서 쿼터제는 농업교섭에 관한 한 정당성 확보가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공통농업정책(CAP: common agricultural policy)을 펴온 EU의 재정 지출도 부담이 되었다. 요컨대 기존 쿼터제는 원유가격 유지를 위해 정부가 관여하는 시스템이므로 자유시장경제체제와 역행해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쿼터제 폐지는 독일, 덴마크, 스웨덴, 폴라드, 발틱해 연안 국가들(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로 이어진 서북부 우유생산지구대(milk production belt)를 조성할 것이고, 불원간 유럽 내에서도 광범위한 구조 조정이 생겨날 것이다. 따라서 EU는 쿼터제 폐지 이후 새로운 체계의 시장 정착을 도모하고, 외부의 불확실한 환경에 대하여 낙농가들에게 효과적 안전망을 제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른바 ‘Milk Package’ 초안(provision)을 마련하였다. 
그 주요한 골자를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첫째는 의무 계약서 규정이다. 낙농가와 수요자들 사이에 문서로 된 계약을 체결하도록 가공업자에게 규정한다. 계약서에는 최소 계약기간, 가격, 물량, 지불 세부사항, 집유나 기타 불가항력 조항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사항들은 물론 양자 간에 자유로운 협상에 의거해야 한다. 
둘째는 생산자조직(producer organization: PO)을 통하여 단체교섭을 하도록 규정하는 일이다. 낙농가들은 가격을 포함하여 포괄적으로 계약을 협상할 수 있는 생산자조직에 가입할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생산자들의 협상력을 제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산자조직은 우유 수요량에 적응하기위한 계획생산, 자국 생산제품의 시장 점유율, 원유생산비 절감 및 효율화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한다.
단, 생산자조직이 협상할 수 있는 유량은 한계가 있다. 
넷째는 예외규정을 두는 것인데 원산지표시인 PDO 또는 PGI 치즈의 공급에 관한 규정이 들어있다. 무엇보다도 품질이 우수한 치즈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산자조직이나 국가별 이해단체(IBO: interbranch organisation)의 요구를 반영하여 특별규정을 두었다. 
EU는 쿼터제 폐지 후 낙농업의 연착륙을 위해 쿼터가격이 매우 싼 국가들(덴마크, 네덜란드, 사이프러스)에 한하여, 2009/2010 실쿼터량보다 더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만반의 사전 준비를 마쳤으므로 유럽의 낙농업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 중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추가적 안전장치로 시장의 심각한 수급불균형이 발생하였을 경우 생산자들이 납유량 감소로 받은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였다. 이처럼 EU는 낙농산업의 안전성을 도모하기 위해서 다각적인 조치를 모색하고 있다.
지면상 자세한 내용을 생략하겠지만 우유시장관측소(Milk Market Observatory)를 설치하여 시장 상황의 변화를 주시한다거나, 우유전문가단체(The High Level Experts’s Group on Milk)를 발족하여 우유생산의 투명성, 생산자에 대한 수입보전, 시장안정화 등을 꾀하고 있다.
세간의 소문처럼 불원간 미국 금리가 인상된다면 국내 낙농여건은 더 어려워 질 것이다. 때맞추어 분유, 치즈, 버터 등 유럽산 백색황금들이 국내로 밀려들어올 경우 우유생산비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리 낙농업계는 어떻게 생존해야 할 것인가. 우리도 지속가능한 낙농산업의 장래를 위해 무엇인가 패러다임을 바꾸는 작업을 준비해야 해야 하지 않을까.

 

출처 : 축산신문 (http://www.chuksannews.co.kr/news/article.html?no=95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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