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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릭요구르트’ 방송을 시청하고 나서 - 윤성식
식품생명공학연구실 2015-06-01 오후 3:24:3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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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xx PD가 간다, 그릭요구르트’라는 프로가 불면에 시달리던 필자의 시선을 끌었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유제품 업계가 판매부진으로 불황에 허덕이던 참이어서 그 방송에 더 호기심이 많았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그러나 방송을 보고난 다음 가슴이 답답해지고 한숨이 나왔다. 해당 방송 프로그램에서 그릭요구르트는 건강을 지켜주는 진짜 요구르트인 것처럼 소개되었고, 게다가 맛이 좋다는 억지 주장을 보면서 제작사의 편견과 발효유에 대한 얄팍한 지식이 은근히 비위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요구르트로 잘 알려진 발효유는 지구촌에서 여러 가지 이름으로 만들어진다. 원래 유목민들이 전통식품으로 만들어 먹었기에 그 명칭도 지방마다 상이하다. 이집트에서는 ‘레벤’, 이탈리아는 ‘지오두’, 아르메니아는 ‘맛준’, 인도는 ‘닷히’ 등의 명칭으로 불린다. 고대부터 인류가 만들어 먹었던 발효유는 언제 누가 최초로 만들어 먹었는지 문헌상에 기록된 자료는 없다. 하늘에서 천사가 요구르트가 담겨 있는 단지를 가지고 내려왔다거나, 터키인들이 그들을 지켜준 천사들과 별에게 요구르트를 바쳤다는 신화가 있을 뿐이다.
성경에는 아브라함이 3명의 천사들에게 연회를 베풀 때 시큼 달콤한 우유를 내 놓았다는 기록이 있다. 고대 그리스인이나 로마인들은 시큼한 우유를 제조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한다. 일설에 의하면 아시아 대륙에서 유목을 하는 고대 터키인들이 요구르트의 원조라고 한다. 그 주장에 따르면 터키에는 8세기경 yogurut라는 명칭이 처음 생겨났고 오랜 세월동안 변화를 거듭하면서 11세기에는 현재와 같은 형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독일 의사였던 켐페르(E. Kaempfer)는 1712년 아시아 여행길에서 페르시아 황제의 왕궁에 대하여 기술하였다. 왕궁에는 요구르트 쵸네(yogurt choneh)라는 이름이 붙은 특별한 방이 있고 그 곳에서 요구르트가 음식이나 동물의 사료를 제조하는데 이용되는 모습을 기록하였다. 요구르트는 발칸지방에서 유래되었다는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주로 양들을 목축하였던 발칸지방의 트라스족은 프로키시(prokish)라는 발효유를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이후 슬라브인들이 이 지역을 점령한 다음에는 요구르트 제조방법을 배워갔다. 그들은 양유나 버팔로유를 나무통에 주입한 다음 발효시켜 만들어 먹었다.
이처럼 다양한 전설과 유래를 가진 중동지방의 요구르트가 세계적인 식품으로 등장한 것은 20세기 초 Metchnikoff가 발표한 장수설(theory of longevity)이라는 논문이 크게 기여하였다. 그는 인간의 장수식품으로서 요구르트의 유용성을 언급하였고, 이 제품이 유럽의 여러 나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1950년경부터 요구르트 발효에 관여하는 미생물에 대한 연구와 영양-생화학적 주제들이 학자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탐구되기 시작하였다.
필자가 당일 시청한 ‘그릭요구르트’라는 제품은 그리스의 전통 유제품이 아니고 터키에 살다가 미국으로 이민 온 쿠르드족 함디 울루카야(Hamdi Ulukaya)가 미국에서 창업한 일종의 발효유 상품명이다. 원래 그릭요구르트는 요구르트와 치즈의 중간에 위치하는 일종의 ‘요구르트-치즈’라 할 수 있다.
일반 요구르트 보다 더 되고 단백질과 지방이 많다. 게다가 발효시킨 후 천(muslin)으로 유청을 여과하기 때문에 그 물성이 되고 단단해 진다. 그래서 영어로 여과요구르트(strained yogurt)라고 부른다. 이러한 형태의 요구르트는 중동, 중앙아시아, 인도 등 여러 지방에서 흔히 만들어 먹었다. 보통 요구르트보다 지방함량이 많아 높은 온도에서 응유되기 어렵고 달지 않기 때문에 그냥 먹기 보다는 대개 요리의 재료로 사용된다. 그리스에서는 대체로 타지키(tzatzki) 소스를 만드는 원료로 사용된다. 말하자면 그릭요구르트는 빵과 발효유를 주식으로 하는 사람들의 음식을 만드는 재료로서 한국인에게는 한식의 기본이 되는 된장과 같은 식품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들이 즐겨 먹고 마시는 기호식품으로서의 발효유제품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해당 방송에서는 그리스인의 건강 장수비결이 그릭요구르트라고 소개하였고, 특히 질 좋은 원유와 좋은 유산균으로 만든 요구르트라면서, 첨가물 0%인 천연요구르트가 우수하다는 주장이다.
방송을 보고난 후 필자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그릭요구르트가 좋은 진짜 건강요구르트라면 국내산 타 요구르트 제품은 가짜 짝퉁이란 의미인가? 그리스인의 전통식품이 세계인 아니 밥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의 건강 장수식품일까? 질 좋은 유산균이 도대체 무엇이고, 그리스인에게 좋은 유산균이 한국인에게도 건강을 지켜주는 좋은 유산균일까? 요구르트의 원료인 질 좋은 원유로 만든 제품이 우수하다는 주장에 대하여 반박하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다. 그러나 방목한 젖소에서 착유한 비릿한 풀냄새가 나는 원유로 만드는 요구르트를 대중들이 과연 좋아할까? 설탕과 같은 식품첨가물은 식품의 외관, 영양, 물성, 기호성 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그 사용과 용량이 법으로 허용된 물질인데 왜 첨가물이 전혀 없는 식품을 건강식품이라고 대중들에게 선동할까? “얕은 지식은 위험하다”는 영어 속담이 문득 생각났다.
시청률에 목을 매는 방송사들이 음식관련 방송들로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피상적인 지식으로 소비자와 대중을 오도하는 요즘 건강관련 방송들을 시청하면서 갈수록 걱정이 깊어지는 건 필자만의 심정일까.

 

출처 : 축산신문(http://www.chuksannews.co.kr/news/article.html?no=93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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